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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창덕궁 달빛기행 후기

달밤의 창덕궁 산책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거의 외국에 살아서 그런지 한국의 옛 건물을 보러 다닐 시간이 없었습니다. 일본에 있으면 신기하게도 거리마다 절, 신사가 정말 많아서 일본의 옛 건물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한국은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데다가, 한국에 놀러 오면 옛정서가 묻어있는 곳보다는 젊은이들의 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친구가 취소 표를 어렵게 구했다고 같이 가자고 하기에 이런 좋은 기회가 있나 싶어 다녀오게 되었고, 이번에 창덕궁의 매력에 폭 빠져 버렸답니다.

 그 매력이 조금이라도 전달이 되면 좋겠어요!

 

창덕궁 정문

달빛기행의 시작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 도착하면 한복을 입은 스태프 분들이 맞이해 주십니다. 그때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게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마스크가 아닌 입 가리개(?)를 착용하고 계셨어요. 그 모습이 마치 넷플릭스의 드라마 킹덤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심지어 밤이어서 곧 좀비가 깨어날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게 했답니다.

 신분 검사를 하고 나면 가이드와 연결된 무전기와 팸플릿을 받고 돈화문에서 입장하게 됩니다.

 

돈화문

 

창덕궁의 이모저모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달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멋진 구름이 궁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부터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런 대도시 안에 오랜 건물을 보는 것이 참 신기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대 도시인데 나는 이런 궁궐에 있다는 멋스러운 감각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돈화문에 들어가면 우리의 길을 밝혀 줄 청사초롱을 받는데  이것 또한 멋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금천교를 지나면 인정전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왕이 다녔던 길을 밤에 걷는다는 것이 색다른 감각을 주었습니다.

 

이 길을 지나 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인정전이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인정전

 

밤이라 그런지 더욱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창덕궁에 낮에는 가본 적이 없어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조명을 받아 휘황찬란하게 있는 궁의 모습에서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또, 좋았던 것은 인정전 가까이 간 후 인정전을 등지고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었습니다. 서울 N타워가 보이는데 성문 사이를 두고 궁궐에 있는 이 시간이 뒤틀려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금의 소리와 밤의 조화

 

인정전을 지나 산책하는데 친구에게 들은 말은 낙선재를 지나오는 길은 평소에는 열려있지 않기에 이 기행이 더 특별하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낮의 창덕궁도 꼭 다시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상량정에서는 우리의 입장에 맞춰 대금을 불어 주시는데 또 그 청아한 소리와 밤의 공기가 어우러져 또 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지나고도 이곳저곳을 산책한답니다.

부용지에서는 거문고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왕, 왕비의 모습을 한 분들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때 저 혼자 조명을 받지 못해 유령이 된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말하고 보면 핼러윈과 맞는 사진이 된 것 같네요 ㅎㅎ

 

이렇게 달 밤의 산책을 하고 나면 연경당에서 차와 함께 궁중무용과 가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무용인데 이런 춤사위, 이런 곡을 듣는 것이 처음이어서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인으로서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책을 마치며

 이번 달빛 기행은 어쩌면 평생 느껴보지 못하고 지나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가게 되었고 한국의 정서, 한국의 건물 그리고 한국의 문화까지 고루고루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가 티켓을 구하고 절 초대해 주지 않았다면 이곳을 가는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날 저는 밤의 산책을 통해 도시에서 느꼈던 스트레스를 과거에 두고 온 듯한 느낌을 받았고 마음의 안정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낮에도 창덕궁을 가보려고 합니다.

 ps. 달빛기행을 마치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데 창덕궁이 새겨진 에코백을 받았답니다! 이번 기행은 여러모로 많은 것을 얻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